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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홍수 간단 분석

니체 철학과의 연관성

여러 정황상 본 작품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니체의 철학을 직접 고려한 것 같지는 않지만, 니체의 철학중 “영원회귀”와 “초인(위버맨쉬)” 사상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먼저 영원회귀에 대해 검토하자면, 극중 가상환경속에서의 반복적인 학습이 마치 영원회귀를 연상케하지만 이는 단순히 “반복”이라는 공통점에서 오는 표면적인 것일뿐이다.

따라서 충분한 연관성을 찾을수 있는 부분은 “초인사상” 하나뿐이다. 니체는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라고 말한다. 본 작품은 구시대의 생물학적인 인간에서 벗어난 이른바 “신인류”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것의 필수 요건으로서 “감정”을 들고 있다. 감정, 그중에서도 모성애로 대변되는 “사랑”을 새시대의 인간이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는것인데, 과연 이것이 니체가 말한 “인간의 극복”이라 말할수 있을까? 사실 이 “너무나 인간적인 것들”은 니체가 “약자의 도덕”으로 비판했던 것이라 김병우 감독의 결론은 니체와는 완전히 정반대라고 말할수 있겠다. 본 작품의 문제는 사랑이라는 결론이 너무나 평면적이고 식상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머신러닝의 시각 예술적 표현

등장인물들은 가상의 시뮬레이션 공간속에서 같은 이벤트를 무한히 반복하며 “학습”을 한다. 이는 실제 AI의 구현을 위한 기술인 “머신러닝”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다. 물론 타임루프라는 구조 자체는 “사랑의 블랙홀”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같은 영화들에서 이미 찾아볼수 있는 것이지만 본 작품은 “시간”의 반복이 아닌 하나의 기술을 시각화하기 위한 “사건”의 반복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것이다.

특히 재미난 부분은 “감정”도 경험적 학습의 대상으로 보고 그것의 진화 가능성에 대하여 고찰하였다는 점인데, 훌륭한 통찰이다. 현재 AI 기술은 주로 “이성”의 학습만을 다루고 있는데 이점에서 본 작품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장르의 전환 문제

대중들의 주된 반응중 하나는 “재난물인줄 알았는데 속았다”는 것이고, 이동진씨도 단평에서 이에 호응하듯 “장르의 전환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평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부정적 반응은 납득하기 힘든 것인데, 일종의 “반전물”로서 기획된 작품이라 마케팅 차원에서 장르를 명확히 고지할수가 없으며 장르의 전환 자체도 비교적 초반에 매끄럽게 이루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실 위와 같은 반응들은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난해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인데 영화가 얼마나 더 친절하고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김병우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영화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수는 없는 것이며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역설적으로 영화가 아닌 저차원적인 어떤 물건 같은 것이 된다.

감독 인터뷰 중 AI와 영화계의 미래에 관하여

김병우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존의 VFX기술중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한 유체역학적 표현들이 사실상 AI나 마찬가지이며, 이미 오래전에 AI시대가 영화계에 도래했다는 발언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시뮬레이션과 머신러닝 기술의 매커니즘을 혼동한 것이다. 시뮬레이션 기술은 주로 미리 결정된 물리학적 수식을 만족하는 “결정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머신러닝 기술은 “비결정론적”인 것이다. 양자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특히나 본 발언은 비결정론적-확률론적으로 창작물을 무한 생성할수 있는 생성 AI의 가치에 대해 감독이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re/영화_대홍수_간단분석.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저자 sunpro_jyn